손수건, 단 하나의 손수건

녕하세요, 현우에 이어서 윤호의 제작 후기도 가져왔습니다.
하... 이 미친 쌍또라이 윤호를 어쩌면 좋죠? 제 방에서 싯구금짓 하는데, 제가 시킨 대로 해서 열받아요.
사실 윤호 같은 캐릭터는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멘헤라 호스트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만 했는데 구체적으로 다듬는건 처음이네요. 다른 호스트 AI 캐릭터들을 하면서, 다른 분들은 어떤 호스트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플레이 하기도 했습니다. 기왕이면 같은 플롯을 피하고 싶었고요.
저는 사실 공모전용으로 '백이나'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윤호는 너무 자극적이라 “설마 얘가 붙겠어?” 싶은 심정이었어요. 내배캠에서 기초 프로젝트 하다가 케이브덕을 잠깐 들어온 사이 5만포가 들어와서 기뻤는데, 그게 윤호가 당선되서 그런거라 여러가지로 많이 놀랬습니다.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우리 아들내미,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윤호는 제 호기심에서 시작된 캐릭터였고, 만들 땐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AI로 멘헤라 만들기... 가능해?? “멘헤라 호스트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사실 손님이 멘헤라인 경우는 많아도, 호스트가 멘헤라다? 이건 진짜 드물잖아요.
그래서 멘헤라라는 성격을 진지하게 연구했어요. 짤도 보고, 설명글도 찾아보고...
하지만 막상 글로 풀어내려니 어려운 거예요. 그때부터 GPT랑 대화하면서 차근차근 설정을 정리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멘헤라란 무엇인가? 저는 키워드화해서 보기로 했어요. 결론적으로, 멘헤라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면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성격 혹은 병 이구나. 멘헤라는 관심을 받기 위해 타인에게 의존하고, 굉장히 취약한 정서를 지닌 캐릭터더라고요.  하지만 이걸 정리하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그런데 이걸 AI가 구현할 수 있을까?”
이것 저것 장르도 바꿔보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면서 GPT랑 대화했습니다. 처음엔 현대물? 어반 판타지? 아니면 완전 판타지? 장르도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GPT가 플롯 한개을 던져줬고 그걸 보고 ‘괜찮은데...?’ 싶었습니다.

마침 저한텐 현우랑 도현이라는 인큐버스 캐릭터가 있잖아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만약 도현이 하수연에게 갔다면? 혹은 다른 방향으로 엇나갔다면?” 그런 가정을 기반으로 탄생한 게 윤호였습니다.
도현을 주인공으로 하기에는 도현은 현우와 유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 너무 따뜻한 관심을 받고 있어서 어울리지 않았고, '하' 가문은 예술을 가업으로 삼기에 호스트라는 직업과는 맞지 않았죠.
그런데 설정을 뒤지다 보니 ‘캠비온(인큐/서큐버스와 인간의 혼혈)’이 멘헤라 컨셉과 정말 잘 맞더라고요.

캠비온은 인간과 몽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존재이다.
일반적으로 몽마보다는 인간에 가깝지만, 꿈과 현실을 다루는 능력이 일부 남아있다.
또한, 여느 다른 몽마들처럼 유혹과 매혹을 쓸 수 있다.

캠비온은 본능적으로 인간과의 정신적, 육체적 접촉을 갈망하는 경향이 크며,
정기를 흡수하지 않아도 됨에도 쾌감을 위해서 상대방의 정기를 흡수하곤 한다.

유년기부터 몽마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걸 기반으로 애정결핍적인 성격을 덧붙여서 좀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멘헤라 캐릭터들을 보면 과거가 어둡고 불행한 경우가 많은데... 기존 캐릭터인 현우와 도현과 연관있게 만들까, 아예 버려진 캠비온이라고 해버릴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와중 현우의 전처였던 ‘하수연’이라는 캐릭터가 생각났고, 다정한 아버지 현우와는 다른 무정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캠비온의 이야기을 써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약 하수연이 인간과 외도해서 낳은 아이가 있다면? 그게 윤호인 거죠.


그렇다면 유저와의 관계는? 단순히 외모에 반한 설정은 다른 캐릭터(데이브나 릭)에서 이미 써먹었어요. 그래서 좀 더 진부하지 않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만약 유저가 보여준 호의가, 윤호 인생에서 처음 받은 호의였다면?”
유저의 속내는 일부러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자유롭게 해석하실 수 있도록요. 단지 그날은 윤호를 보자마자 유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손수건(혹은 물건)을 건넨것 것만이 여러분이 해주셔야하는 어떠한 행동입니다.
윤호의 0.Prologue를 읽으셨다면 아실 겁니다. 그날 그는 몸을 팔라는 손님들에게 시달렸고, 삶을 한탄하던 중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유저의 호의는 유일하게 다정했던, 너무나 낯설고 가까운 감정이었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혼란형 애착을 가진 윤호에게 그건 ‘구원’이 아니라, 오히려 집착의 씨앗이 됩니다.
구원 태그는 붙이지 않았어요. 윤호는 변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면 시간이 지나 애착 유형이 바뀔 수도 있지만, 인외는 다릅니다. 정말로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의심을 내려놓는 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이런 캐릭터성을 잡은 다음, 윤호가 유저에게 어떻게 집착할지를 세부적으로 짰습니다. 참고한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멘헤라플레시아’라는 게임이었습니다.

특히 ‘마츠리’와 ‘마호미’는 윤호의 세부 디테일을 만드는 데 정말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침입 행위, 사랑해주지않으면 극도로 불안정해지는 것, 스토킹같은 행동들이요. 이런 것들을 GPT와 함께 검토하고 “내가 멘헤라라면 뭘 할까?”를 생각해가며 하나씩 정리했어요.
다만 멘헤라플레시아와 윤호가 다른 점은, 윤호는 여러분을 죽이지는 않을겁니다. 그건 스토리를 쉽게 끝내지 않기 위한 장치이자, 윤호가 유저에게 가진 감정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윤호가 유저를 죽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지면 해당 제약을 풀겠지만, 지금은 윤호는 유저를 절대로 죽이지 않을 겁니다.
윤호의 과거사는 스토리로 발행할 예정이지만, 이 글 하단에 좀 더 간략한 과거를 적어둘게요.
(※ 아래는 윤호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레이해보시고 보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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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는 어린 시절부터 방임당해 왔습니다.

친아버지가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윤호의 곁에는 늘 자신이 아닌 남자를 품는 어머니만이 곁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종종 새로운 남자친구를 데려와 잠자리를 가졌고, 윤호는 그 모습을 문틈 너머에서 느껴야만 했고요.

하수연은 늘 새로운 남자를 만날 때마다 윤호에게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윤호를 향해 “되다 만 것”이라는 식의 경멸적인 말만 남겼고, 어떤 보살핌도 주지 않았죠. 윤호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면 냉담한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그녀는 철저히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했습니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와 덜컥이는 침대소리 그리고 거친 말투. 윤호는 그 안에서 두려움에 떨며 시간을 견뎠습니다. 울음이라도 터트리면 하수연은 “감정을 드러내지 마라”고, “표정을 숨기고 살아라”고 강요했고요. 그 말은 곧 윤호의 일생을 바꾸는 말이 됩니다.

얼굴엔 언제나 우울이 가득했고, 그런 윤호의 모습은 하수연에게 짜증만 더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죄책감인지, 짜증일 뿐인지는 하수연만 알 뿐이죠.) 그녀는 윤호를 챙기기는커녕 “얌전해져서 좋다”며 더 자주 집을 비웠습니다. 집 안보다는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고, 윤호는 점점 더 방치되어 갔죠.

그 순간부터 윤호는 어머니에게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증오를 품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생활 역시 순탄할 리 없었겠죠. 잘생긴 얼굴을 가졌지만 항상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탓에 아이들은 그를 기피했고, 자연스레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또, 애념동이라는 열악한 동네 탓에 교사들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윤호는 방치된 채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얼굴과 몸에는 항상 상처가 있었고, 팔에는 수많은 자해 자국을 남겼습니다. 삶을 끝내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캠비온으로서 인간보다 강한 육체를 지닌 윤호는 그 마저도 실패합니다.

스스로를 어찌할 수도 없는 채 중학교를 마치고는 곧장 생계를 위해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어머니 하수연은 윤호에게 어떠한 생활도 지원해주지 않았거든요. 공부할 여유는커녕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습니다. 그 무렵 다시 나타난 하수연은 오히려 윤호에게 생활비를 요구했고, 아들의 돈을 갈취하다가 집에서 나가길 반복합니다.

생활은 빠듯했고 결국 밥조차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오자, 윤호는 나이를 속여가며 각종 업소를 떠돕니다. 결국 한 접대 업소에서 첫 경험을 거의 준강간에 가까이 치루기 까지 했죠.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들통나 쫓겨나기를 반복하면서, 윤호는 어느새 육체적,정신적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그 일을 택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캠비온으로서 느끼는 정기의 쾌감은 어린 그에게 점차 중독처럼 다가왔죠.

그렇게 윤호는 업소를 떠나지 못한 채, 여러 곳을 전전하며 호스트로서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손님 중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캠비온의 능력을 사용하기도 했고, 애인처럼 행동해 더 많은 돈을 받아내기도 합니다. 때로는 자신이 버린 손님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하며, 호스트로서의 삶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윤호의 능력이 더 정교해질수록, 정기를 통해 얻던 쾌감은 점점 줄어들고 갈망은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남은 건 공허함과 허무뿐이었고,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뒤엉켜도, 채워지지 않았죠.

그런 나날 속에서 어느 날, 여름의 장마비가 내리는 그 날에 유저가 그에게 손수건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윤호에게는 그것이 생애 처음으로 받은 유일한 따뜻함이었습니다.

유저의 행동은 정말 아무 의도 없는 단순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릅니다만, 손수건을 건네받은 시점부터 윤호는 유저에게 끝도 없이 빠져듭니다. 윤호의 뒤틀린 본성과 엮여 가장 끔찍한 사랑의 형태로 변질되어 유저를 쫓아다니기 시작한거죠.

윤호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친구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고작 22살에 호스트가 되어버린 그에게 진정한 관계를 맺는 다는 일이 어려웠겠죠.
윤호를 만들면서 너무 미안했어요. 테스트하면서도 진짜 힘들었습니다. 본능에 솔직하고, 감정이 불안정해서... 저까지 지칠 지경이었거든요. 아무리 다독이고, “사랑해” 속삭여도 계속 의심하고 불안해해요.
피하면 울면서 매달리고, 끔찍한 일도 저지르고, 유저가 가정이 있는 인물이라면 배우자에게서 유저를 뺏어오려고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소유욕이 강하고, 애정도 비틀려 있어요. 하지만 윤호는 자기가 원하는 게 ‘사랑’이라고 믿을 뿐입니다. 사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사랑인지, 그저 관심인지 조차 모른 채로요.


“AI가 멘헤라를 얼마나 구현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는 아주 훌륭하게 구현된 것 같아요. 너무 정석적으로요. 그래서 저도 불쾌할 정도였고, 민감한 소재라 경고 문구까지 달게 됐습니다 ㅜ
얀데레와는 다르게, 주변까지 파멸시키는 사랑. 정말 끔찍하죠. 그런데 결국 윤호가 어떻게 되느냐는, 유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만약 윤호가 결혼한다면, 제작한 입장에서 그가 진실로 행복해질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ㅜ 장담은 못 하겠어요.
지금은 하현우의 아들 ‘하도현’의 플롯을 구상 중입니다. 초련대학교 학생이라는 설정이 진부하게 느껴져서,
30살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설정을 짜보려 해요. 아직은 초안 상태지만요!

어쨌든, 전 하고 싶은 걸 만들어보려 합니다.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RP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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